미국장로교 국내선교부

교회 갱신, 교회 개척, 선교적 협력

#4. 아름다운 랜딩-심수영 목사


애틀랜타 공항이 가까워 오자 “우리 항공기는 이제 30분 후에 착륙하겠습니다!"라는 기장의 방송에 승무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승무원들은 승객들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가방에 넣었는지, 좌석 테이블과 의자는 원 위치로 돌렸는지 점검하며 컵과 쓰레기 등을 수거해 간다. 보이지 않는 조종실에서는 착륙을 위한 더 중요한 준비를 하고 있음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기장은 항공기의 속도를 줄이면서 방향을 정확하게 공항 활주로를 향하게 한다. 그리고 고도를 낮추고 바퀴를 내린다. 나는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기에 비행에 대한 두려움은 없지만 무사히 활주로에 착륙할 때마다 안도감을 느낀다. 안전하지 않은 착륙은 죽음이기 때문이다. 사실 안전한 착륙은 도착하기 30분 전이 아니라 이륙할 때부터 세우고 준비하는 목표이다. 이륙의 목적 자체가 목표지에서의 안전한 착륙이 아닌가?

목회자 또한 청빙을 받든 개척을 하든 처음부터 안전하고 아름다운 목회의 랜딩을 생각해야 한다. 스티브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에서 “끝을 생각하고 시작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안타깝게도 마지막이 아름답지 않은 경우나 안전하지 않아 많은 사상자를 내는 사고를 수없이 본다. 아름다운 목회 랜딩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를 생각해 보자.


1. 아름다운 랜딩의 책임감과 비전

안전한 랜딩은 승객들의 목숨이 달린 사환이기에 기장을 포함한 모든 승무원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불시착을 하는 위급상황이 일어났을 때에도 승무원과 특히 조종사들은 승객의 안전을 먼저 돌본 후에야 자신들을 살필 책임이 있다. 자신이 먼저 살고자 신분을 숨기면서 1호로 탈출한 세월호 선장은 결국 대법원에서 무기 징역형을 선고 받았지만 304명의 생명을 잃게 한 책임의 중대성을 반영해 사형을 선고해도 무방 했으리라는 의견도 있다. 천하보다 귀한 영혼을 섬기는 목회자의 책임은 얼마나 막중 하겠는가?

목회자의 랜딩을 PCA 교단 헌법에는 [목회적 관계 해소]라고 한다. 관계란 늘 양쪽의 협력과 희생을 요구한다. 담임 목사의 청빙을 결의한 교인들과 청빙을 수락한 목회자에 의해 목회적 관계가 시작되고 목회적 관계 해소 또한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공식적인 절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헤어짐의 관계이다. 아쉬움의 여운이 남지만 떠나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사랑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랜딩의 책임을 져야한다. 물론 목회자에게 책임의 비중이 더 크다고 본다. 탁월한 목회 비전과 성도를 향한 사랑과 섬김에는 반드시 exit plan이 있어야 한다.    


2. 아름다운 랜딩을 위한 목표와 계획

“아무런 계획이 없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란 말은 목회적 관계 해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착륙 계획이 없다고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가? 목회적 관계 해소는 반드시 목표와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은퇴를 앞둔 한 목사님과 교회의 장로님들에게 드린 코칭 질문은 “은퇴 5년 후 각각 돌아 보았을 때 정말 잘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은 무엇일까?”였다. 아름다운 목회의 랜딩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요구한다. 또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계획이 수반되어야 한다.

아름다운 랜딩을 위한 목표와 계획 가운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항은 교단 헌법(BCO)이 말하는 “목회적 관계 해소”(This Dissolution of the Pastoral Relation)에서 “해소”가 주는 의미이다. 항공기 착륙의 비유를 계속 들자면 기장은 착륙 후 떠나야 한다. 그리고 다른 기장(후임 목사)에 의해 교회는 하나님의 목적을 향해 새롭게 날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회적 관계가 완전히 해소되어야 한다. 이것은 관계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목회적 관계가 더 이상 존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아쉬움의 여운이 당연히 있지만 아름다운 랜딩은 아름다운 “헤어짐”을 전제한다.

아름다운 랜딩을 위한 목회자의 준비는 은퇴 후의 삶과 사역을 포함해야 한다. 은퇴 후의 사역 계획으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해외 선교다. 하지만 얼마나 현실적이고 효과적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 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역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진정으로 선교사들이 환영하고 현지 교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역인가? 또 목회 후의 사역으로 후배 목회자들을 코칭과 멘토링으로 섬길 수 있다. 또한 아내와 가족과 함께 은퇴 후의 삶을 보내는 것도 아름다운 랜딩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목회자들은 캐리 뉴호프(Carey Nieuwhof)의 지적을 겸손히 받아야 한다. “많은 목회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이 누구인지가 아니라 자신들의 일에 둔다. Their identity is what they do, not who they are.” (https://careynieuwhof.com/the-looming-pastoral-succession-crisis-and-why-its-already-bad/) 목회적 관계 해소는 더 이상 그 교회의 목회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거나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떠나야 한다.  아름다운 랜딩 후 목사가 달려 가야 할 분명하고 가치 있는 새로운 출발에 대한 비전은 머뭇거리거나 뒤를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


3. 불편하지만  필요한 대화

한국 교회는 목회자가 물질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터부시하고 심지어는 동기 조차 의심한다. 그러나 세속적이고 욕심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 할 뿐 아니라 성경적이지도 않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네 보물 있는 그 곳에 네 마음도 있느니라”라고 말씀하셨다. 성경에서 가장 많이 다룬 주제는 물질이라고 한다. 물질이 가장 중요해서가 아니다. 우리의 가치관, 믿음, 사명, 관계 등의 모든 것들이 물질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목회적 관계 해소 뿐만 아니라 교회 내 모든 갈등과 분쟁의 가장 큰 아픔과 상처의 중심에는 대부분 재정적인 이유가 있다. 건물이나 재산이 없는 교회가 법정까지 가서 싸우는 일을 본 적이 있는가? 재산이 없으면 서로 헤어져 안 보고 각자의 길을 가면 그만이다. 모든 것이 영적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목회적 관계 해소를 위한 투명하고 명확한 재정에 따른 대화와 계획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PCA 교단의 Geneva Benefits Group에서는 목회자 청빙을 위한 Call Package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물론 문화적인 차이와 각 교회가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적용이 다를 수 있겠지만 꼭 필요한 정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은퇴 연금을 위해 일찍 시작하는 것을 권장하는 중요한 이유를 몇 가지 들 수 있다. 먼저 은퇴를 하는 상황에서 교회가 떠맡을 부담이 매우 크다. 퇴직금으로 목돈을 지불할 수 있는 재정이 넉넉한 교회가 과연 몇이나 될까?  또한 교회는 정확하게 국세청에 보고하고 세금을 내야 하는 책임을 지켜야 하는데 이에 따른 세금 부담이 매우 크다. 은퇴를 한 후 사례의 몇 퍼센트를 지속적으로 받는 제도는 건강하지 않고 제대로 지켜지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그것은 후임 목회자에게 큰 짐을 지어주는 것이다. 또 목회자와 교회가 서로에게 주는 상처의 가능성 또한 큰 이유로 들 수 있다. 서로의 관점과 의견 차이에서 오는 오해와 섭섭한 마음으로 인해 오랫동안 쌓아 온 목회적 관계가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아름다운 랜딩을 위해 모두가 고민하고 대화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사랑과 섬김이다.  나는 애틀랜타 새교회를 개척해서 22년을 섬겼지만, MNA 한인 사역 코디네이터로서의 부름에 순종하기 위해 이 교회를 사임하고 떠나는 과정은 불과 2-3개월 사이에 일어났다. 하지만 준비된 랜딩이었다. 언제 올지 모를 상황이었지만 목회자의 소신과 장로님들의 헌신이 시너지를 이루어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아름다운 랜딩을 가능케 했다. 새로이 부임한 목회자와 함께 힘껏 달려가는 교회 소식을 접할 때 마다 나는 감사를 느낀다. 목회의 랜딩 후 또 다른 부르심에 달려 가는 나의 사역이 새교회 성도들에게도 흐뭇한 소식으로 들려 지기를 원한다. 사랑하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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